엊그제 새벽 영화채널에서 아리 에스터 감독의 '유전' 을 방영해줬는데, 마침 시작하는 찰나에 채널을 돌리고 있던터라 보게되었다. 나는 공포영화 즐기는 사람은 아닌데 '유전' 은 항상 그 명성이 대단했어서 한번쯤 봐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던 영화다. 1인가구인 겁많은 나란 사람이 새벽에 혼자 이 영화를 본다는게 잘하는 짓일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명성이 명성인지라 너무 궁금해서 그냥 끝까지 다 보게 되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컴퓨터에 심즈 플레이 해놓고 정신을 환기시키며 본 건 안비밀.. 일종의 결계랄까)
결과적으로 '유전' 은 일반 공포영화처럼 귀신이 갑툭튀 하는 식의 영화는 아니었는데.. 뭐랄까 정말 찝찝하고 카메라로 서서히 클로즈업 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장면이 심리적으로 약간의 답답함과 짜증을 불러온달까? 하여간 굉장히 감독이 내 심리를 갖고 논다는 생각이 영화 내내 드는 영화였다.
유전은 한 가족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영화인데, 죽은 할머니부터 그녀의 딸, 손녀, 손자로 이어지는 가문대대의 저주(?) 에 관련된 이야기다. ㅋㅋ 이렇게 적으니 뭔가 엄청 웃긴데 영화는 절대 그렇지 않다.
인터넷에 워낙 상징과 해석에 대한 글은 많고 다들 잘 써놓으셔서 그런부분은 나도 검색해서 하나하나 따져보느라 오히려 영화 본 후가 더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뭔가 아리 에스터 이 감독 천재아닌가? 그런 생각도 많이 했다.
그리고 귀신이 막 튀어나오는 영화는 아니라 귀신 무서운 사람들도 무리없이 볼수 있을것 같지만 오컬트 싫어하거나 목잘린(...) 그런거 싫어하는 사람들은 절대 보면 안된다. 그냥 '유전' 에서는 목잘린거는 거의 기본 소양으로 갖추고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뭔놈의 목자르는걸 그렇게 좋아하는지 영화 후반부에 가면 극적으로 목자르는 장면을 볼 수 있으니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목잘린거 싫어하는 분들은 절대 보시마시라.
그리고 미드 핸드메이즈 테일을 참 좋아하는데, 여기에 정말 선한 얼굴을 한 악역으로 리디아 이모 역할을 맡은 '앤 도드' 가 출현해서 반가웠다. 우리 리디아 이모는 진짜 섬뜩한 역할 잘 맡아서 연기하는거 같음 ㅋㅋ
유전을 좀 더 흥미있게 볼수 있는 관전 포인트라면, 영화 내내 배우들 곁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푸른 빛에 주목하면 재밌다. 그리고 특정한 무늬 하나가 반복되면서 군데군데 나타나는데 그것도 주의깊게 보시길.
개인적으로 유전을 보고 느낀점은.. 사람은 절대로 반드시 꼭! 멘탈이 강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사이비 종교는 진짜 무섭다. 나 자신을 믿고 나신교로 사는게 최고라는점 ㅋㅋ 비록 영화에서는 가장 멘탈이 강한 아빠가 제일 불쌍한 최후를 맞았지만..
'유전' 에서 가장 극강 트롤은 찰리의 엄마역인 '애니' 인듯. 진짜 트롤중에 개트롤 ㅋㅋ 어휴
해석부터 찾아보지 말고 우선 영화를 찬찬히 본 뒤 조금 매스꺼운 기분으로 해석을 찾아보면 그 매스꺼움이 이상한 감동으로 바뀐다 ㅋㅋ 그만큼 영화는 진짜 잘만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어젯밤. '유전' 도 봤겠다. 그보다 더 심하다는 '미드소마' 이것도 해치우자 싶어 도전!
참고로 '유전' '미드소마' 모두 넷플릭스에 있다!
네 미드소마 ㅋㅋ 처음에 시작장면에 이 그림이 나오는데, 분명 이건 뭔가를 암시하는건데 하며 열심히 봤지만 이해 하나도 못했구요! 다 보고나서야 아 이게 그런 의미였구나 알게 되었다는 후문.. ㅋㅋ
이 그림 한장에 영화의 전체내용이 다 들어있다고 봐도 무방하니 그림을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ㅎㅎ
'유전' 과 비교했을때 '미드소마' 는 더욱더 내 심리를 후려치고(..) 더 잔인함을 피할수 없게 만들며 (눈가리고 보기 안통함) 더 찝찝하고 더 기괴하다..
'유전' 을 볼때 극강의 목자르기 장면에서 너무 비현실적이라 푸흡.. 하며 실소를 금치 못했었는데, 미드소마에서도 거의 절정에 다다른 장면에서.. 너무 어이가 없어가지고 정신나간채로 엄청 웃으며 봤다. 그정도로 약간 사람 정신을 자꾸 건드는 영화다. 이 감독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
미드소마는 스웨덴의 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하지제를 모티브로 진행되는 영화인데 영화자체는 밝고..(화면이).. 너무 밝다. 너무 밝아서 그게 문제다. 다 보인다 ㅋㅋ '유전' 에서는 아무리 목을 잘라도 어두컴컴 하니까 조금 덜 보이는 부분도 많았는데 미드소마는 극강으로 밝아서 (노출을 너무 올려 하얗게 변할정도로) 그냥 머리고 발목이고 뭐고.. 깨지고 부러지고 헤쳐지는(...) 것들이 그냥 다이렉트로 다 보인다 ㅋㅋ 게다가 나는 아리 에스터가 정말 머리가 좋은 인간이라고 느꼈던게.. 징그러운 장면들을 손바닥으로 슬쩍 가리고 보고 '지나갔겠지?' 하고 잊어버린 그 순간!! 그 순간!!!! 갑자기 땋 하고 보여준다 ㅋㅋㅋ 그것도 너무 밝게 ㅋㅋㅋㅋ휴.. 미친거 아니냐구.. ㅠㅠ
저 위의 왼쪽 사진 아주머니가 인심좋게 환영하는것 같지만 인신제사 시작 의식이라는거 ㅋㅋㅋ 그리고 정말 별별게 다있다.. 근데 정말 미치겠는건 영화를 잘 만들었다는거. 거지같은데 좋은 영화라는거 ㅋㅋㅋ
그래도 이상하게 아리에스터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귀신때문에 무서운 느낌이 아니라 뭔가 내 멘탈을 한번씩 점검하게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냥 무섭다.. 하고 끝나는 영화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력이 얼마나 소중하고 잘 지켜야 하는건지 깨닫게 되는게 있는것 같다. (나만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미드소마 또한 가족을 전부 잃고 의지하던 남친과도 사랑이 식어가는 유리멘탈 여주가 결국에는 떠나고 싶고 도망치고 싶었던 그 마을의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나와있는데.. 글쎄 여주의 아픔과 고통에 함께 울부짖어주는 그 사람들이 정말 좋은 사람이고 그들과 공동체가 된 것이 정말 괜찮은 일인건지?
하지만 '유전' 과 마찬가지로 정신이 약하고 깨지기 쉬운 상태일수록 어떤 상황에 갇히고 함몰되어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되는거 같다. 그리고 결국에는 속박되어 꼭두각시 인형처럼 있다가 파멸로 치닫게 되는.. 정말 세뇌란 것은 무섭단 생각이 들었다. 영화내내 "너의 정신력을 단련해!" 이런 류의 메세지는 한개도 없는데도 오히려 계속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거 같다. 정말 잘 만든 영화고, 대단한 감독 같다.
정신적으로 취약해지지 않고 중심을 잘 잡으며 살아야겠다.
뭔 공포영화 감상이 이렇게 끝나는건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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